제목히미2026-01-04 07:28
작성자 Level 10

"'희미하다'는 발음할 때 '히미하다.' 로 읽어야 한다." 수업 때문에 50번쯤 말했다. 그러자 정말이지 '희미'라는 글자마저 내 안에서 희미해져 무언가 점점 '히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젠 햇수를 세는 것도 헛갈린다. 몇 년 전이었던가, 투명한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그토록 진했던 자아와 아픔이 모두 희미해졌다.희미해졌다니, 정말인가? 아니 내 말은, 원래 뭔가 있었냐는 말이다. 그 수면에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었나? 유리같은 이 밀도가 흔들린 적이 있었나? '히미'란 글자가 원래 '희미'였던가? 글자 위에 누군가의 눈물이 떨어져 잉크가 번졌나?햇수를 가늠하다 어쩐지 나를 잃고 말았다. 어떤 사랑을 거쳐 지금의 외로움으로 남게 되었는지, 가늠하는 것도 죄책감에 떨다보니, 어느새 정말로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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