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에 자꾸 돈 얘길하니까 독자 중 한 분이 돈 얘기 좀 그만 쓰라고 꾸중을 했는데, 이번 주엔 너무 큰 이슈라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건 지난 반년 동안 돈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거다.
지난주 쯤에 통장 정리를 하다보니 잔액이 20만원이 채 안 남았다. 잠깐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서 어디 내가 까먹고 있는 돈이 있나 한참을 고민했다가 이게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어쩌면 20만원으로도 한 달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공과금이나 대출은 다 빼놓았잖아!’ 라고 스스로 겨우 위안을 삼았는데, 다음날인가, 우편함을 보니 교통위반 신고딱지가 날아와 있었다. 벌금 9만원. 2차선 도로 옆 주차장에서 나오면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했나보다.
한참 마음이 심란했다. 가진 돈의 절반을 갑자기 벌금을 내는 것도 문제인데, 이게 이렇게 큰 문제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래도 서른 이후에 몇 백만원 정도는 비상금으로 늘 유지를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그게 야금야금 사라지더니, 이렇게 땡! 바닥을 쳤다. 그나마 야금야금 하던 알바도 왜인지 올해 들어 뚝 끊겨서 앞으로 돈 들어올 일도 없는 상태다. 아까 저녁땐, 이제 5만원 쯤 남았겠지? 하고 은행앱을 켜보니 17,099원이 남아 있었다.
그 금액을 확인 하자마자 왠지 자포자기가 되어서, ‘그래 그럼 카드를 쓰거나 생활비 대출을 받아야지 뭐~’ 라는 상태가 잠깐 되었는데, 그게 방법일리는 없으니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올바르게 좌절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큰일이었다.
급히 취업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취업 공고를 살펴보고, 급한 알바도 찾아보았다. 일단 작금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겠지만, 사실 장기적인 수입도 그에 못지 않게 급하다. 그러면서 다시금 돌이켜봐도 알 수 없는 건, 도대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영 모르겠다는 거다.
급히 알바도 구하고, 영 가능성이 없는 곳에 이력서도 내 보았다. 영 가능성이 없는 곳에 이력서는 낸다는 게 아직 심각성을 인지 못한다는 의미일지는 모르겠다만, 사실 그 당시의 심정은 가능성보다는 내가 행동했다는 것에 대한 위안이 더 필요한 때였다. 사실 제대로 하자면, 머리 깎고 증명사진부터 다시 찍어야 한다. 20대에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은 후로 찍질 않아서 이력서에 붙일 사진이 없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취업사이트를 보다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20대 후반에 취업 때문에 꽤 오래 고생을 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났다. 최대한 모호하게 적어놓은 구직공고들의 속 뜻을 헤아려보다가, 구직공고와 내 나이를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 자꾸 한숨만 나왔다. 30대 내내 열심히는 일했는데,
그래서 자꾸만 생산직이나, 경비일 같은 것에 손가락이 갔다. 당연히 그것도 녹록지는 않아 보였다. 어디나 젊은 구직자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교수설계와 컨텐츠 에디터, 화장품 뚜껑 조립과, 야간경비 사이에서 부유하다보니, 도대체 생이란 어디에 있는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맞다. 20대 후반에도 정확히 이 기분이었다. 나는 분명히 실존하고 있는데, 내 실존을 증명하고 소개하라니...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일은 몇 년 뒤 우연하게 구해졌고, 결국 내 삶에서 내 의지대로 흘러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그런 얘길 많이 했다. 삶이 원래 이런건가 보더라고, 생각해보면 의지대로 계획대로 흘러간 건 하나도 없다고, 그땐 삶이 원래 이런건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는 다음 결제일이 너무 빨리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와중에 급히 알바를 한두건 구했다. 돈이 언제 들어올지, 돈이 들어오기는 할지도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위기가 계속될 전망이니 알바부터 빨리 쳐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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