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한 주였다. 생각해보면 요즘 내 일상은 계속 숨이 가쁘다. 몸과 마음이 둘다 바쁘다. 둘 중 하나만 여유롭고 하나만 바쁘면 아마 꽤 불행하다고 궁상을 떨었을 텐데 몸과 마음이 같이 바쁘니 서로 우는 소릴 할수가 없어서 그냥 저냥 요란하게 굴러가고 있다. 우르르쾅쾅
지난주까지 외주일을 좀 쳐내면서 살다가 추석을 맞았다. 연휴 첫날에도 외주를 했고, 추석 당일에만 아버지와 함께 영생사업소에 다녀왔다. 아버지가 나름대로 준비하신 추석 상을 점심으로 순식간에 먹고 추석 끗, 아버지가 고기와 국도 준비하시고, 그래도 명절이라고 같이 좀 있고 싶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의 명절은 갈수록 짧아지고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고모나 삼촌도 안오시고, 이래저래 일정은 가벼워지고, 괜한 죄책감만 무거워지는 명절이다.
아버지랑 점심을 먹고는 어머니를 찾아봬 저녁을 먹는게 나와 동생의 명절루틴인데, 어머니가 복통이 심하니 다음에 보자고 하셨다. 사실 복통이 심하면 더 찾아봬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지 말라고 하시니, 뭐 혼자있는게 편하신가 보다 싶어서 안갔다. 그리고 두어번 정도 전화를 더 드렸는데 나중에 보자, 주말에 보자고 러프하게 이야기하고는 아직까지 아머니를 못뵈고 있다. 왜 전화를 안하실까, 이래놓고 나중에 아픈데 안왔다, 전화 안했다고 뭐라 하실텐데…
그리하여 추석 당일에 집에 일찍와서 소파에서 졸고 있는데 갑자기 진욱이한테 연락이 왔다. 커피나 먹자해서 집으로 오라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태섭이까지 오고 술까지 먹고 다음날 해장까지 했다. 태섭이랑 임대주택 이야기를 하다 서로 니말이 맞네 내말이 맞네 우겼는데, 태섭이 말이 맞았다. 꽤 뻘쭘해서 아무 반응을 못했는데 그 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난다. 탯버 미안…
연휴가 끝나자 마자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요즘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사실 요즘의 주기는 알맹이가 빠져있다. 가뜩이나 재미없는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이다. 나는 수능도 몰래 보고, 대학도 몰래 입학했고, 취업하고 나서도 부모님께 3년 동안 알바다니는 척 속이고 다녔다. 물론 지금도 부모님은 내가 아직 (뭐하는지 모를)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줄 아신다.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잠을 전혀 못잤다. 그리고 금요일은 바쁜 날이었다. 저녁에 폭우를 뚫고 운전하는데 분당 수서간 도로에서 앞바퀴에 펑크가 났다. 안그래도 잠이 모자라 힘들게 운전하는데 젖은 노면에서 차가 기우뚱 흔들리니 공포감이 몰려왔다. 마침 빠져나가는 곳에 소방서가 보여 (왠지 안전할 것 같아) 소방서 앞에 차를 세우고 보험사를 불러 펑크를 해결했다. 이번엔 한쪽 바퀴만 공기압이 너무 쎈 차를 몰고, 강남대로를 지나는데, 차선이 안보여서 위험했다. 아니 정확히 나는 눈이 좋고 선팅도 약해서 그나마 차선대로 가고 있는데 주위의 차들이 차선을 못보고 계속 위험하게 운전을 했다. 겨우 집에 도착, 24시간을 기준으로 0시부터 금요일이 굉장히 일진이 안좋은 날이었기에, 밤 12시가 지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다행히 주말엔 좋은 일만 있었다.
상처많은 꽃이 향기롭다는 싯구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싯구를 좋아한다. (둘 다 정호승인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오르막길을 올라온 사람을 존경한다. 언덕길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탓일까, 고난이 있어야 확신을 얻는 편이다.
시험은 다양하고 메세지는 단순하다. 나는 다양한 시험에 늘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남들에겐 말하지 않고 시작하지만 결국 남들에게 보여질때까지 하는 사람이다. 늘 주위의 염려를 사지만, 아슬아슬하게 명예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한번도 반대하지 않은 여러분 덕분이다. 좆됐음에도 여전히 행복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이것도 여러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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