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408202025-07-02 02:51
작성자 Level 10

지난 한 주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조립이 되지 않는다. 장면 장면들은 기억이 나지만, 어쩐지 이야기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지난주에 쓴 주간 윤세민과 날짜를 보면서도 한참을 인상을 찡그리고 이게 이 날짜가 맞는지 조립을 해보았는데, 사진첩의 사진들과 기억이 조립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라도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장거리 운전이 하고 싶어서 멀리로 운전을 하고 다녀왔고, 여름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좀 했다. 병원에 다녀와서 몸이 좀 나은 후로는 주로 집에서 전자담배를 물고 있었고, 어영부영 받은 일들을 해서 50만원쯤 벌었다. 돈이야 나중에 들어오겠지만.

고용센터에 가서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관련 교육을 들었고, 힙해진 뒤의 성수동을 난생 처음 가봤다. 빈티지 샵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반쎄오를 먹었다. 그리고 드라이브를 많이 했다. 생각 없이 산 것 같은데, 그래야 해야할 일들을 다 했다, 외주도 하고, 병원도 가고, 항생제도 잘 챙겨 먹었고, 오늘은 화분에 물도 줬다. 몇시간 뒤엔 대장내시경도 찍는다.

아 어쩐지 몇년째 안켠 플스를 요즘 켜서 하고 있다. 3년 만에 사이버펑크2077 엔딩을 봤고, 사놓고 한번도 안켜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주가 기억이 안나는게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가? 왜 예전엔 하기가 싫었고, 왜 지금은 하고 싶을까?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걸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삶에 이벤트가 없다는 게 나이의 가장 큰 패널티인가 보다. 하루 종일 폰이 울리지 않는 날이야 이젠 특기할 만한 일도 아니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이의 무기력인가 보다싶다. 뭐라도 만들어보려고 움직이다 자칫하면 추태가 되기 쉽고, 혹은 심한 자괴나 불러오게 될까봐 거동도 쉽지 않다. 오늘은 우연히 일탈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단어가 몇 살까지 유효한 단어일까 싶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다가 우연이 벌어지면 그 우연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마음 먹은 대로 그렇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어느 때는 침묵이 원망스럽고, 어느 때는 평화롭고, 또 어느 때는 알고리즘에 의지해 700번 쯤 본 영상을 다시 한번 틀어 놓기도, 또 어느 때는 한번도 보지 않은 알고리즘을 한참 뒤적이기도 하는게 사람이다 보니,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도 일관되지 않다. 아예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물같은 사람이라고 종종 소개한다. 앞에 있는 사람의 그릇에 맞춰서 담긴다고,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의 색으로도 쉽게 물드는 편이다. 다만 스스로는 형태를 갖추기가 어려워서 줄줄 흘러내리는게 스스로 원망스러웠는데, 또 그래야 흐르는 거 같기도 하고…

이번주는 매일 일정이 있다. 당장 조금 있다가 내시경과 건강검진을 받고, 수요일엔 성남에서 사람들과 약속이 있고, 목요일엔 고기약속, 금요일엔 추리소설 모임이 있다. 그래도 뭔가 벌려놓아 보자고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우연들인데, 그렇게치면 사실 걱정할 것도 하나 없다. 또 어떤 우연이 걱정을 치워줄 테니까, 그렇게 생각 하면서도, 뭔 걱정이 또 이래 많은지 모르겠다. 돈이 없어서 글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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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주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조립이 되지 않는다. 장면 장면들은 기억이 나지만, 어쩐지 이야기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지난주에 쓴 주간 윤세민과 날짜를 보면서도 한참을 인상을 찡그리고 이게 이 날짜가 맞는지 조립을 해보았는데, 사진첩의 사진들과 기억이 조립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라도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장거리 운전이 하고 싶어서 멀리로 운전을 하고 다녀왔고, 여름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좀 했다. 병원에 다녀와서 몸이 좀 나은 후로는 주로 집에서 전자담배를 물고 있었고, 어영부영 받은 일들을 해서 50만원쯤 벌었다. 돈이야 나중에 들어오겠지만.

    고용센터에 가서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관련 교육을 들었고, 힙해진 뒤의 성수동을 난생 처음 가봤다. 빈티지 샵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반쎄오를 먹었다. 그리고 드라이브를 많이 했다. 생각 없이 산 것 같은데, 그래야 해야할 일들을 다 했다, 외주도 하고, 병원도 가고, 항생제도 잘 챙겨 먹었고, 오늘은 화분에 물도 줬다. 몇시간 뒤엔 대장내시경도 찍는다.

    아 어쩐지 몇년째 안켠 플스를 요즘 켜서 하고 있다. 3년 만에 사이버펑크2077 엔딩을 봤고, 사놓고 한번도 안켜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주가 기억이 안나는게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가? 왜 예전엔 하기가 싫었고, 왜 지금은 하고 싶을까?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걸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삶에 이벤트가 없다는 게 나이의 가장 큰 패널티인가 보다. 하루 종일 폰이 울리지 않는 날이야 이젠 특기할 만한 일도 아니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이의 무기력인가 보다싶다. 뭐라도 만들어보려고 움직이다 자칫하면 추태가 되기 쉽고, 혹은 심한 자괴나 불러오게 될까봐 거동도 쉽지 않다. 오늘은 우연히 일탈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단어가 몇 살까지 유효한 단어일까 싶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다가 우연이 벌어지면 그 우연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마음 먹은 대로 그렇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어느 때는 침묵이 원망스럽고, 어느 때는 평화롭고, 또 어느 때는 알고리즘에 의지해 700번 쯤 본 영상을 다시 한번 틀어 놓기도, 또 어느 때는 한번도 보지 않은 알고리즘을 한참 뒤적이기도 하는게 사람이다 보니,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도 일관되지 않다. 아예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물같은 사람이라고 종종 소개한다. 앞에 있는 사람의 그릇에 맞춰서 담긴다고,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의 색으로도 쉽게 물드는 편이다. 다만 스스로는 형태를 갖추기가 어려워서 줄줄 흘러내리는게 스스로 원망스러웠는데, 또 그래야 흐르는 거 같기도 하고…

    이번주는 매일 일정이 있다. 당장 조금 있다가 내시경과 건강검진을 받고, 수요일엔 성남에서 사람들과 약속이 있고, 목요일엔 고기약속, 금요일엔 추리소설 모임이 있다. 그래도 뭔가 벌려놓아 보자고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우연들인데, 그렇게치면 사실 걱정할 것도 하나 없다. 또 어떤 우연이 걱정을 치워줄 테니까, 그렇게 생각 하면서도, 뭔 걱정이 또 이래 많은지 모르겠다. 돈이 없어서 글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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