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406232025-07-01 12:43
작성자 Level 10



무제.jpg


대애애애단한 하루였다.

밤에 술을 먹고 외박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곤히 자고 있는 기혁형을 깨워 집에 가자고 했다. (술을 같이 먹었다.) 기혁형을 집에 내려주고 서둘러 집으로 귀환, 오늘 오후에 요리(배우는)모임이 있어서 빨리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졸려서 그만 잠시 취침,

아슬아슬한 시간에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나나티를 입기로 3일 전부터 맘 속으로 정해두었다.

술을 마실 예정이라 차를 두고 빗속으로 나갔다. 그런데 고장난 우산을 들고 나온 바람에 열 걸음에 한번씩 비에 젖었다. 뭔가를 잔뜩 바른 머리는 이미 망가진 지 오래, 그리고 정류장까지 반 쯤 걸어갔을 때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산 일회용 앞치마를 두고 온 걸 알았다. 다시 집으로 귀환, 일회용 앞치마 100장을(최소단위였다.) 서둘러 챙긴 후 다시 정류장으로 갔다. 모임에는 아슬아슬 늦을 것 같은 시간.

다행히 버스가 바로 와서, 타고 한정거장 쯤을 갔을 때, 휴대폰을 두고 온 걸 알았다. 진짜 버스에서 혼자 크게 웃었다. 아니 휴대폰을 두고 오다니.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 이후엔 몇 년에 한번도 하지 않을 실수다. 게다가 휴대폰이 없으면 가는 길도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내려서 두 정거장을 빗속을 걸어서 집으로 귀환,

걸어오면서, 아 그냥 가지 말까도 고민하고, 아니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오늘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문득, ‘주일인 내일, 이 근처 교회라도 찾아가볼까?’ (못 믿겠지만 크리스천이다.) 를 생각하는 순간, 들고 있던 쇼핑백 손잡이가 툭하고 끊어져 앞치마 뭉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비닐포장이 되어있었다)

‘아 내일은 빼도박도 못하고 교회에 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도착, 휴대폰을 챙겼다. 술을 마시는 모임이지만 술을 포기하고 티맵을 찍어 보았다. 다행히 차를 끌고 가면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한 일정을 포기하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격이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차에 가까이 접근하다가 깨달았다. 차키를 안 갖고 내려왔다.

이쯤되면 오기다. 올라가서 차키를 갖고 내려와 시동을 걸었다. 티맵이 안내한대로 40분쯤 달렸는데, 아무래도 도착지가 영 엉뚱하다. 다시 한번 잘 살펴보니, 같은 이름의 다른 장소를 찍고 달리고 있었다. 강남에 ‘구보빌딩’이 두 개나 있는 이유가 뭘까?

다시 제대로 된 주소를 찍으니 30분 오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약속 장소로 달렸다. 이때부턴 신호만 걸려도 웃겼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고가 날까 겁먹기도 했다. 일진이 일진이니...

도착하니 당연히 이미 요리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고, 죄송하다 사과를 하고 요리에 참가. 우삼겹숙주볶음이랑 커리크림우동을 만들어 먹었다. 차를 가져왔으니 논알콜맥주를 사 먹었다.

이후로는 의외로 별 일이 없이 무사히 하루가 무사히 흘러갔다. 하루 종일 졸려서 고생한거만 빼면 여전히 감사한 하루였다. 하지만 내일은 한번도 안가본 이 근처 교회를 찾아 가야하는 숙제가 남았다. 아무도 말을 못 붙이게 입고 가야겠다. 난 교회에서 누가 말거는게 제일 무섭다.

어쨌든 하루가 무사히 끝났고, 사고도 안났고, 또 엄청 피곤해서 누우면 잘 수 있는 상태로 밤을 맞았으니 감사한 하루다.

다만, 혼자인게 외롭다 보니, 내가 자아를 둘로 만들어서 내가 나랑 싸우려하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보통 요런 시즌에 나는 관계에 있어 서투른 실수를 많이 해서 화를 자초하는데, 몇 번의 큰 좆 됨을 겪고 나서는 실수에 의연한 뻔뻔함이 좀 길러졌다. 씨팔 그게 겪어보니까 내 잘못이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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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애애애단한 하루였다.

    밤에 술을 먹고 외박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곤히 자고 있는 기혁형을 깨워 집에 가자고 했다. (술을 같이 먹었다.) 기혁형을 집에 내려주고 서둘러 집으로 귀환, 오늘 오후에 요리(배우는)모임이 있어서 빨리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졸려서 그만 잠시 취침,

    아슬아슬한 시간에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나나티를 입기로 3일 전부터 맘 속으로 정해두었다.

    술을 마실 예정이라 차를 두고 빗속으로 나갔다. 그런데 고장난 우산을 들고 나온 바람에 열 걸음에 한번씩 비에 젖었다. 뭔가를 잔뜩 바른 머리는 이미 망가진 지 오래, 그리고 정류장까지 반 쯤 걸어갔을 때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산 일회용 앞치마를 두고 온 걸 알았다. 다시 집으로 귀환, 일회용 앞치마 100장을(최소단위였다.) 서둘러 챙긴 후 다시 정류장으로 갔다. 모임에는 아슬아슬 늦을 것 같은 시간.

    다행히 버스가 바로 와서, 타고 한정거장 쯤을 갔을 때, 휴대폰을 두고 온 걸 알았다. 진짜 버스에서 혼자 크게 웃었다. 아니 휴대폰을 두고 오다니.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 이후엔 몇 년에 한번도 하지 않을 실수다. 게다가 휴대폰이 없으면 가는 길도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내려서 두 정거장을 빗속을 걸어서 집으로 귀환,

    걸어오면서, 아 그냥 가지 말까도 고민하고, 아니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오늘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문득, ‘주일인 내일, 이 근처 교회라도 찾아가볼까?’ (못 믿겠지만 크리스천이다.) 를 생각하는 순간, 들고 있던 쇼핑백 손잡이가 툭하고 끊어져 앞치마 뭉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비닐포장이 되어있었다)

    ‘아 내일은 빼도박도 못하고 교회에 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도착, 휴대폰을 챙겼다. 술을 마시는 모임이지만 술을 포기하고 티맵을 찍어 보았다. 다행히 차를 끌고 가면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한 일정을 포기하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격이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차에 가까이 접근하다가 깨달았다. 차키를 안 갖고 내려왔다.

    이쯤되면 오기다. 올라가서 차키를 갖고 내려와 시동을 걸었다. 티맵이 안내한대로 40분쯤 달렸는데, 아무래도 도착지가 영 엉뚱하다. 다시 한번 잘 살펴보니, 같은 이름의 다른 장소를 찍고 달리고 있었다. 강남에 ‘구보빌딩’이 두 개나 있는 이유가 뭘까?

    다시 제대로 된 주소를 찍으니 30분 오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약속 장소로 달렸다. 이때부턴 신호만 걸려도 웃겼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고가 날까 겁먹기도 했다. 일진이 일진이니...

    도착하니 당연히 이미 요리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고, 죄송하다 사과를 하고 요리에 참가. 우삼겹숙주볶음이랑 커리크림우동을 만들어 먹었다. 차를 가져왔으니 논알콜맥주를 사 먹었다.

    이후로는 의외로 별 일이 없이 무사히 하루가 무사히 흘러갔다. 하루 종일 졸려서 고생한거만 빼면 여전히 감사한 하루였다. 하지만 내일은 한번도 안가본 이 근처 교회를 찾아 가야하는 숙제가 남았다. 아무도 말을 못 붙이게 입고 가야겠다. 난 교회에서 누가 말거는게 제일 무섭다.

    어쨌든 하루가 무사히 끝났고, 사고도 안났고, 또 엄청 피곤해서 누우면 잘 수 있는 상태로 밤을 맞았으니 감사한 하루다.

    다만, 혼자인게 외롭다 보니, 내가 자아를 둘로 만들어서 내가 나랑 싸우려하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보통 요런 시즌에 나는 관계에 있어 서투른 실수를 많이 해서 화를 자초하는데, 몇 번의 큰 좆 됨을 겪고 나서는 실수에 의연한 뻔뻔함이 좀 길러졌다. 씨팔 그게 겪어보니까 내 잘못이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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