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길에 담배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어떤 여자분이 ‘씨팔… ’ 이라고 읊조리면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위스키와 얼음컵을 사갔다. (내 앞에서 갑자기 씨팔이라고 하는 바람에 쪼끔 쫄았다.)
그리곤 단지 벤치에 앉아 얼음컵에 위스키를 부어서 그대로 마시더라.
‘아따 술 멋있게 먹네..’ 생각을 하면서 들어왔다 아마 알코홀릭이겠지,
걸어온 길은 추하고, 남은 길은 막막하다. 계절은 친근하지만 날짜는 아득하다.
같은 심정이다. 그래서 자꾸 쓸쓸하고 추하고 고고한 것에 마음이 갔다.
모든 것이 피어나고 목련이 지는 계절을 지나보냈다. 목련은 고고하게 피어나고 추하게 진다.
어릴땐 비싼 장난감을, 10대엔 갖고싶은 앨범을, 20대엔 누군가의 손과 입술을 더듬던 것처럼 요즘엔 매 순간을 더듬는 느낌이다. 묘하게도 늘 감촉이 생경하다.
길바닥에 꽃잎까지 다 치워지고 연산홍이 만개하면 사람들이 축하를 해준다. 멍하니 살다가도 축하 한마디를 받으면 번쩍 정신이 든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해, 정신 차리고’
두글자, 혹은 일곱글자의 말로 만들어지는 화려한 만개의 순간, 저 여자분에게도 하루쯤은 그런 날이 있겠지, 어쩐지 술을 같이 마신 기분이다. 근데 저 분도 내일 출근을 할까?
#생일자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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