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504192025-07-06 02:50
작성자 Level 10

요상하게도 힘들었던 기간이었다. 학원에 취업이 결정됐다. 일주일 동안 시강 준비를 했고, 시강을 했다. 꽤 잘했나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곧 첫 수업을 한다.

불안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이야길 했더니 필요 시 약을 주었다. 일주일 동안 불안이 가시질 않아서 심장이 아플 지경이었는데, 약도 있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제 좀 괜찮아 졌다. 월요일 화요일을 쉬는데, 부러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 어머니가 주말에 밥이나 먹자고 연락이 와서, 드디어 회사를 옮겼다고 말씀을 드렸다. 작년 5월에 퇴직하고 나서 거진 1년 만에 말한거다. 별 이야긴 않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학원으로 옮겼다고만 말했다.

학원에서는 논술과 국어를 맡았다.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품사가 너무 어렵다. 학교 다닐 때도 이건 포기했었는데,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서술어와 관형사, 형용사 구분하는 거 너무 어렵지 않아? 작년에는 수영을 못하는 인간에서 수영을 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는데, 올해에는 관형사와 부사를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학원 선생님들에게 어렵다고 하니까 펜을 쥐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역시 모르겠지만. 음… 아… 그렇군요…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불안해서 이번 주말엔 꼬박 품사만 공부하기로 했다.

사놓고 한 달에 한번도 켜지 않는 돈지랄의 대명사인 아이패드와 맥북을 학원때문에 아주 활발하게 쓰고 있다. 일단 학원은 태블릿이 없으면 안되는 구조다. 맥북은 여전히 윈도우보다 불편하지만, 그냥 기세로 쓰고 있다. 아이패드와 자료 동기화가 되니까 쓸만하지 뭐, 기세를 올려 맥에서 피피티를 쓰려고 오피스 365를 다시 결제했다. (가격 올랐더라!?) 어쨌든 인생은 다 쓸모가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학원에서 밥을 한 끼 사준다. 그래서 그 김에 하루에 한 끼만 먹자고 다짐하고 있는데, 이틀의 한번 꼴로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실패했을 때 마다 먹은 음식들이 너무 인상 깊었다. 얼마 전엔 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제일 싼 걸 시켜도 3만원 돈이라서 한시간 정도를 고민하다가, 그만 제철이라는 말에 숭어와 도다리 세꼬시를 시켜버렸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한입 먹자 마자 너무 맛있어서 울컥했다. 일어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맛이었다.

그러고보니 다음엔 오징어 회가 먹고 싶어서 며칠 뒤에 부러 마트에 들러 오징어회를 하나 집어왔다. 잔뜩 기대를 하고 집에서 먹었는데 생각만큼 맛있지 않았다. 스끼다시가 없어서 그랬나.. 아쉽게 먹고나서,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 냉동실에 얼린 밥과 스팸을 전자렌지에 돌렸다. (자취생은 스팸을 전자렌지에 돌려먹는다.) 그리고 김이랑 같이 먹는데, 이번엔 그게 너무 맛있어서 또 울컥했다. 아니 밥이랑 스팸, 김만 있으면 이렇게 행복한데, 나는 뭐때문에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거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곱창볶음이 먹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 분명 엄청 맛있긴 하겠지?

친구들 사이에 생일 계가 있다. 대략 2~30만원 사이가 모인다. 이번 달엔 내 생일이라서 역시 친구들이 돈을 모아줬다. 빚에 리볼빙까지 땡겨 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생활비에 녹여야 할 돈이지만, 생일 때문에 모아준 돈이니까 난 이 돈으로 꼭 물건을 사야한다는 주의다. 그래서 롤라이35를 사려고 한다. 필카를 많이 찍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씩 스캔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대부분 너무 솔직하게 나와서 인스타에 올리기에는 무리다.

주말엔 12시간 근무를 해서 교회는 영 못가게 되었다. 출근 전에 운동을 할지, 퇴근하고 운동을 할 지 실험 중이다. 둘 다 해 봤는데 둘 다 힘들다. 아침 수영을 다시 하면 좋을 것 같다. 타투를 가려야 해서 올 여름 내내 긴팔을 입게 생겼다. 여유를 좀 찾으면 개나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 책임질 거리가 늘어나는 게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지독히도 미웠다만, 늘 이렇게 살았다. 돌아갈 곳이 없었기에 헤매고 버둥거리고, 불안해하면서, 한 뼘 씩 자리를 넓히면서 살아왔다. 한 달만 일을 안해도 위기가 닥쳐오는 삶이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그 말만 생각하면서 2주일을 불안 속에 보냈다. 팔자가 역마살 투성이라, 평생을 헤맬 모양이다. 감사하다.

야채곱창볶음 시킬까?


스크린샷 2025-07-06 111356.jpg

https://www.instagram.com/p/DImEJz4zMrshvTBpv-NchUu6bWiDXOxCaGalu40/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20250429 Level 102025-07-06
다음20250408 Level 102025-07-06

  • 주간윤세민

    제목202504192025-07-06 02:50
    작성자 Level 10

    요상하게도 힘들었던 기간이었다. 학원에 취업이 결정됐다. 일주일 동안 시강 준비를 했고, 시강을 했다. 꽤 잘했나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곧 첫 수업을 한다.

    불안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이야길 했더니 필요 시 약을 주었다. 일주일 동안 불안이 가시질 않아서 심장이 아플 지경이었는데, 약도 있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제 좀 괜찮아 졌다. 월요일 화요일을 쉬는데, 부러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 어머니가 주말에 밥이나 먹자고 연락이 와서, 드디어 회사를 옮겼다고 말씀을 드렸다. 작년 5월에 퇴직하고 나서 거진 1년 만에 말한거다. 별 이야긴 않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학원으로 옮겼다고만 말했다.

    학원에서는 논술과 국어를 맡았다.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품사가 너무 어렵다. 학교 다닐 때도 이건 포기했었는데,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서술어와 관형사, 형용사 구분하는 거 너무 어렵지 않아? 작년에는 수영을 못하는 인간에서 수영을 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는데, 올해에는 관형사와 부사를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학원 선생님들에게 어렵다고 하니까 펜을 쥐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역시 모르겠지만. 음… 아… 그렇군요…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불안해서 이번 주말엔 꼬박 품사만 공부하기로 했다.

    사놓고 한 달에 한번도 켜지 않는 돈지랄의 대명사인 아이패드와 맥북을 학원때문에 아주 활발하게 쓰고 있다. 일단 학원은 태블릿이 없으면 안되는 구조다. 맥북은 여전히 윈도우보다 불편하지만, 그냥 기세로 쓰고 있다. 아이패드와 자료 동기화가 되니까 쓸만하지 뭐, 기세를 올려 맥에서 피피티를 쓰려고 오피스 365를 다시 결제했다. (가격 올랐더라!?) 어쨌든 인생은 다 쓸모가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학원에서 밥을 한 끼 사준다. 그래서 그 김에 하루에 한 끼만 먹자고 다짐하고 있는데, 이틀의 한번 꼴로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실패했을 때 마다 먹은 음식들이 너무 인상 깊었다. 얼마 전엔 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제일 싼 걸 시켜도 3만원 돈이라서 한시간 정도를 고민하다가, 그만 제철이라는 말에 숭어와 도다리 세꼬시를 시켜버렸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한입 먹자 마자 너무 맛있어서 울컥했다. 일어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맛이었다.

    그러고보니 다음엔 오징어 회가 먹고 싶어서 며칠 뒤에 부러 마트에 들러 오징어회를 하나 집어왔다. 잔뜩 기대를 하고 집에서 먹었는데 생각만큼 맛있지 않았다. 스끼다시가 없어서 그랬나.. 아쉽게 먹고나서,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 냉동실에 얼린 밥과 스팸을 전자렌지에 돌렸다. (자취생은 스팸을 전자렌지에 돌려먹는다.) 그리고 김이랑 같이 먹는데, 이번엔 그게 너무 맛있어서 또 울컥했다. 아니 밥이랑 스팸, 김만 있으면 이렇게 행복한데, 나는 뭐때문에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거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곱창볶음이 먹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 분명 엄청 맛있긴 하겠지?

    친구들 사이에 생일 계가 있다. 대략 2~30만원 사이가 모인다. 이번 달엔 내 생일이라서 역시 친구들이 돈을 모아줬다. 빚에 리볼빙까지 땡겨 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생활비에 녹여야 할 돈이지만, 생일 때문에 모아준 돈이니까 난 이 돈으로 꼭 물건을 사야한다는 주의다. 그래서 롤라이35를 사려고 한다. 필카를 많이 찍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씩 스캔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대부분 너무 솔직하게 나와서 인스타에 올리기에는 무리다.

    주말엔 12시간 근무를 해서 교회는 영 못가게 되었다. 출근 전에 운동을 할지, 퇴근하고 운동을 할 지 실험 중이다. 둘 다 해 봤는데 둘 다 힘들다. 아침 수영을 다시 하면 좋을 것 같다. 타투를 가려야 해서 올 여름 내내 긴팔을 입게 생겼다. 여유를 좀 찾으면 개나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 책임질 거리가 늘어나는 게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지독히도 미웠다만, 늘 이렇게 살았다. 돌아갈 곳이 없었기에 헤매고 버둥거리고, 불안해하면서, 한 뼘 씩 자리를 넓히면서 살아왔다. 한 달만 일을 안해도 위기가 닥쳐오는 삶이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그 말만 생각하면서 2주일을 불안 속에 보냈다. 팔자가 역마살 투성이라, 평생을 헤맬 모양이다. 감사하다.

    야채곱창볶음 시킬까?


    스크린샷 2025-07-06 111356.jpg

    https://www.instagram.com/p/DImEJz4zMrshvTBpv-NchUu6bWiDXOxCaGalu40/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20250429 Level 102025-07-06
    다음20250408 Level 10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