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제목202504212025-07-06 02:51
작성자 Level 10

어딜가나 혼자 있을 곳을 잘 찾는다. 어릴 때 부터 혼자 있을 곳 하나씩은 찾아 놓는 버릇이 있다.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냥 혼자일수만 있다면 화장실로도 충분하겠지민, 그래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로 담배를 피워야 하기 떄문에 야외여야 하고, 나름 내가 만족할만한 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어도 방해받지 않을 곳이어야 한다.
주로 옥상이나 한적한 골목길 같은 곳에 앉을 곳을 만들어 놓는데, 이 학원은 옥상이 참 좋았다. 탁 트여있었고, 뷰도 좋았고, 멋진 낙서도 있고,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는데, 토요일에 올라가니 한 학생이 주저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학원이 많은 건물이니 맞딱뜨리자 마자 서로의 신분을 알아챘다.
"왜 여기서 밥을 먹니?" 라고 물었는데, 고개도 안들고 대답도 하지 않길래, 그냥 멀찍이 앉아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두번째 봤을 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다. 너도 나도 혼자 있고 싶어서 온건데, 서로의 방해가 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둘이 동의했다. 아무렴 나보다는 학원 스케줄이 바쁜 소년에게 더 간절한 공간이겠지,
첫번쨰는 밥만 먹고 깔끔히 치우고 사라지더니, 두번짼 밥을 다 먹고 느긋이 기지개도 켜고 풍경도 보다가 내려가더라, 아무렴 그 편이 서로에게 편하다.
건물에 학원에 많다. 1층을 제외하면 건물을 이용하는 건 학원강사와 학생 뿐이다. 구석구석 걸어다니다 보니 (우리 때 같으면 당연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을 공간에) 혼자서 그냥 앉아 있거나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가끔 본다. 당황하여 밥을 치우면 '먹어 먹어' 라고 하고는 빠르게 지나쳐간다. 아무렴 나도 그렇다. 너도 나도 하루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니까, 그냥 혼자 잠깐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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