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제목202406202025-07-01 12:41
작성자 Level 10



B는 종종 하루의 구원은 섹스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사정 얘기는 아니다.

B는 몸에 열이 많았고. Y는 늘 수족냉증에 시달렸다. Y는 B의 손이 닿으면 인장을 찍듯 뜨겁다고 했다. B는 Y의 몸에 닿으면 빨려갈 듯 차가운 느낌이 좋다고 했다.

Y의 차가운 허벅지에 얼굴을 묻거나, 에어컨 바람에 질린 젖꼭지를 물거나, 사타구니에 코를 묻었을 때, 코에 느껴지는 습한 열기와 상반되는 허벅지의 차가움을 양 볼에 느낄 때면, B는 껴안은 채로 굳어 버린 폼페이의 연인을 떠올렸다. 이대로 영원으로 굳는다면 그것이 구원일 수 있다는 상상을 종종 했다.

번거로운 육체는 끝끝내 사정을 이끌어 냈지만, 사실 사정은 연인이 지켜야할 사회적 합의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을 섞은채로 음미하는 시간을 왜 늘 그렇게 쫓기듯 끝내야 할까, 심지어 심폐지구력까지 써 가면서 말이다.

어쨌든 연인의 합의가 끝난 시점에서는 지나간 이야기다. 성가신 육체의 숙제는 자위로 쉽게 끝낼 수 있지만, 살갗에 대한 대한 탐닉까지 잊게 해주지는 못한다.

혼자 침대 위에서, 조금이라도 이불의 시원한 부분을 찾아 뒤척거리던 B는 또 결국 하루의 구원은 섹스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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