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016 #주간윤세민
차 트렁크를 해먹었다. 뻔히 후진만 하면 되는 주차인데, 뭐에 홀린 듯 엑셀을 밟아 벽에 박았다. 다행히 내 차 피해만 있고 건물에 피해는 없어서 혼자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지난 주간윤세민에서 유구히 밝힌 듯 돈이 너무 없다는 거다.
알바를 하나 구해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편의점 야간알바나, 오전 병원 청소알바, 그리도 스쿠터에 상자를 달아서 배달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얽매이고 사람 만날 일 없는 배달 일이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던 중에 외주가 들어왔다. 원래는 열어보고 일이 쉽지 않다 싶으면 안받아 버리기로 했는데, 이번엔 그냥 파일도 열어보지 않고 한다고 했다. 한기대는 받으면 안되는데, 돈이 없는데 별 수 있나.
나름 잘 쉬고 수요일엔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했다. (차는 수리를 맡겼다.) 출근길에 아무래도 후미가 이상해 내려서 보니, 한달 전에 고친 머플러가 또 말썽이었다. ‘또 갖다 맡겨야 겠구만’ 생각하고 조심조심 몰아 학원에 도착, 이번주부터 1학년 내신이 시작되어 공부하고 준비 할 것이 많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데 머리가 영 돌아가지 않았다. 끝난 지 2주만에 다시 시작한 내신이라던가, 논술 수업준비, 개판인 커리큘럼, 시스템 등등이 영 짜증이 나서 계속 고개를 털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김치볶음밥을 시켰는데 너무 짜서 그게 또 짜증이었다. 몸을 베베 꼬다 퇴근을 하는데, 학원에서 100m쯤 나오자 오토바이가 갑자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덜렁거리던 머플러가 떨어져 나갔다. 오토바이를 세워, 도로에 차를 막고 머플러를 주워다 발 사이에 끼고 굉음을 울리며 맞고 집에 왔다. 오는 중에 비를 쫄딱 맞았다.
머플러야 갈면 되는 일이지만, 오토바이는 무슨 수로 옮길 것이며, 고정볼트가 박힌 채로 부러진건 또 어쩔 것이며, 볼트 구멍이 깨진 건 또 어쩔까, 생각하다 그냥 폐차시켜 버리자고 다짐했다.
집에 들어와 외주를 하려고 파일을 열었는데, 아무래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엔 그래도 울면서라도 했는데 이젠 울어도 머리가 멍하고 텍스트가 읽히지 않는다. 이젠 영 못해먹을 일인가, 때려치우고 누워버렸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길 빌었던 게, 지난 몇 년 간 삶의 모토였는데, 오늘은 좀 좋은 일이 일어나길 빌었다. 우연히 생각도 못한 좋은 일이 인생을 좀 어디론가 데려가 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원래 이런 멍청한 소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30분 쯤 꿈지럭 대다가 역시 외주를 하려고 파일을 열었다. 멍- 전기기판 명령어 따위를 내가 알리가 없다. 죽어도 하긴 해야지 외주인데..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데 노트북 전원 알람이 뜬다. 학원에서 코드를 안가져 왔나보다. 이래서 한기대는 받으면 안되는 거였는데,
커피를 뽑았는데 영 탄 맛이 심하다. 늘 먹는 스타벅스 캡슐인데, 6~7년을 써오던 네스프레소도 이제 못써먹나 싶었다. 커피를 마셨는데 카페인 펀치만 오고, 집중력이 살진 않는다. 차라도 마실까 싶어서 주방을 봤는데 잔뜩 물 때가 낀 포트기가 노려보고 있다. 잘 자라던 야자가 갑자기 축축 늘어지길래 가위를 들고 죽은 잎을 자르려 하자 가위가 들지 않는다. 노트북이 수명을 다했는지 피피티를 잘 못 연다. 휴대폰도 같은 신세인지 카메라를 여는데도 10초가 넘게 걸린다. 카카오톡은 늘 두세번씩 열어야 한다.
무디 아무일도 일어나지 말라고 빌어도, 삶은 늘 변화와 갱신을 요구한다. 분리수거를 해야 하고, 죽은 식물을 치워야 하고, 물 때 낀 포트기를 닦아야 하고, 오래된 가전을 버리고, 차를 고치고, 오토바이를 처분해야 한다. 오래된 굴레 속에서 새로운 일을 좀 굴리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삶은 나를 또 이 멍청한 피피티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영 움직이지 않는다. 침잠하려는 나를 또 휴대폰 알림이 건져올린다. 카드값 연체, 잔액 167원 부족
우연히 말도 안되는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