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꽃도 이젠 버려야겠다.
월요일부터 큰 일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듯이 지냈다. 실제로 별 일도 아니다. 몇몇의 사람들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말해주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월요일엔 평소처럼 수영을 하고 퇴근, 화요일엔 회사 사람과 술을 마셨다. 수요일엔 역시 수영, 목요일엔 기혁형과 마포에서 술을 마셨다. 금요일엔 하루종일 집안일을 늘어지게 했다. 토요일엔 수원의 축구경기를 보고 집으로 민주와 기혁형을 데리고 와 술을 먹었다. 왁자지껄 우당탕탕한 밤이어서 좋았는데, 민주를 너무 구박한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집에서 다같이 사브리나를 보고 기혁형과 용덕이형네 까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기혁형이 집까지 데려다 줬다. 오히려 완벽한 한 주 였다. 아! 목요일에 충동적으로 키보드를 샀다.
밤에 씻고 위스키를 따라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생각을 시작한다. 요즘엔 썩 좋아하는 시간이다. 예전에 부끄러워서 이런 게시물도 올리지 못했는데, 안 올린다고 좋게 볼 사람도, 올린다고 나쁘게 볼 사람도 없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뭘 좋아하고, 뭘 할 수 있을까를 반사적으로 생각해보는데, 별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뭘 예상해도 예상한 대로는 흘러가지 않을테니 가만히 있지만 말자는 마음이다. 가만보면 나는 있는 척 거짓말도 못하는 주제에 솔직하지도 못하다.
사실 될대로 되라는 마음이 강한거 같다. 이러면 안될텐데, 20대에는 애늙은이 같은 문장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40대가 되니 오히려 스무살이 할 것 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다.
한 주가 왜 이렇게 괜찮았지? 라고 생각해보니 한주 내내 조금씩 책을 읽어서 인 것 같다. 워낙 긴 책을 잡아서 이제 400페이지 가까이 왔는데, 그래봤자 추리소설이라 부담은 없다.
비가 시원하게 오는 걸 보는게 좋아서 멍하니 보고있다가 문득, 앞으로 누굴 만나게 될지, 못만날지 알수는 없지만, 누굴 만나더라도, 같이 행복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인 시간 말고 상대적인 시간. 예전엔 시간이 무한한줄 알았는데, 이젠 유한하다는 것 정도는 느끼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늙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늙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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