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를 한 주다. 지난주까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고별회식을 한다고 하니까 괜히 이번주 들어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럴만 하지 뭐, 월요일에 마지막 수영을 갔다. 이번 달부터는 다시 헬스를 할 예정이다. 수영은 나중에 또 해야지,
화요일엔 일찍 퇴근을 해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혼자 망원으로 가서 한강에 캠핑의자를 펴고 책을 읽었다. ‘갑자기’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늘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원래는 한강에서 의자펴고 책읽는 거랑, 망원에서 노을 질 때 와인마시는 거랑, 두 가지가 별개의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어째 그냥 합쳐서 망원에서 책을 읽었다. 차를 갖고 갔으니 당연히 와인은 못마시고, 라면이랑 소세지랑 섭웨 샌드위치를 먹었다. 뭐 이리 많이 먹었지? 다음엔 꼭 와인을 마셔야지
수요일은 회식,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준 사람들, 많이 서운하다고 말해준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했다. 마지막엔 많이 취해서 실수를 좀 한 것 같다. 그럴만 하지 뭐, 사람들을 보내고 나니 셔츠 주머니에 넣어놓은 썬글라스가 보이지 않았다. 아끼는 썬글라스였다. 그래서 구두를 신고 두 시간동안 마포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길바닥에서 주웠다. 그 바람에 온 발에 물집이 잡혔다. 갑자기 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짬뽕지존에서 들어가 짬뽕밥을 시켰는데 아마 반도 못먹고 나온거 같다. 이미 시간이 새벽2시라 택시를 타는것도 의미가 없을거 같아 그냥 사무실에서 잤다.
목요일엔 일치감치 집으로 왔다. 전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숙취까지 있어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졌다. 그런데 눕자마자 기혁형이 성남으로 술마시러 오라고 불렀다. 피곤해서 안갈까 하다가 문득 집에 누워있으면 뭐하나 싶어서 일어나 옷을 주워입었다. 화요일인가 수요일인가 단톡방에 ‘이번 주 되니까 괜히 우울하네~’ 라고 올렸더니 지형이 형이 ‘우울하면 안돼’ 라고 말했다. 몇 안되는 내 장점 중에 분명한 게, 남의 말을 잘 듣는거다. 그래서 감정대신 체력을 쓰기로 하고 많이 먹고 많이 놀았다. 퇴사했다고 기혁형이랑 민주가 술자리도 만들어주고 지형이형도 북한에서 한달음에 와줬다. 케잌에 초도 끄고 꽃다발도 선물 받고나서, 감개무량해 감사함을 다 표현도 못하는 하루를 보내다가 노래방에서 죽었다. 눈을 뜨니 둔촌, 그리고 어제 다같이 갑자기 후쿠오카 여행을 약속했다.
금요일엔 다같이 기혁형이 일하는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과연 풍경이 좋았고, 일하는 사람 빼고 남자 셋이서 책을 읽다 졸다 하면서 낮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다같이 동묘 쇼핑, 과연 우울함 틈도 없었고 체력이 남아나지도 못했다. 이렇게 뿌듯한 한주라니! 집에와서 거실에서 뻗었다.
토요일엔 낯선 사람들과의 전통주 모임과 저녁엔 P의 공연이 있었다. 낯선 모임엔 다행히 아는 얼굴이 있었고, 사람들도 좋아서, 그만 만취해버렸다. 거기서도 뭔가 실수를 한 거 같은데… 덕분에 상혁이 공연은 다소 늦게 도착, 만취해서 간 바람에 주정을 부리지 않았나 싶다. 맨 뒤에 혼자 있었기에 다행이지. 끝나고 혼자 비빔국수를 먹고 나니까 공연진 뒤풀이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폭식 후 헉헉대며 겨우 집으로 왔다. 그리고 밤새 무슨 꿈을 꿨던거 같은데...
일요일은 개인정비의 날로 정했다. 쉬엄 쉬엄 집안일을 하고 숙원사업이었떤 키보드 정비를 시작했다. 퇴사하면서 4개의 비싼 키보드(중고)를 선물받아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 연결을 해보았는데 4개중에 3개가 고장나있었다. 하나는 고장났다고 하긴했는데,, 하나는 되다 말다하고, 두 개는 도무지 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한 여섯시간을 키보드를 잡고 씨름을 했는데, 어릴 때 하지도 못하는 컴퓨터를 잡고 밤새 씨름을 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30분이면 해결하는 문제를 알지도 못하면서 밤새 끙끙거리면서 씨름을 하는 성격이었다. 오늘도 씨름을 하다하다 쿠팡에서 인두기까지 검색했다. 안되겠지.. (그 와중에 스위치를 한세트 더 샀다.) 키보드를 많이 받아서, 쓰던 키보드는 사무실에 두고 왔다. 지금은 4대 중 살아남은 하나의 키보드로 쓰고 있다. 다음 주, 아니 이번 주엔 혼자 어디든 가려고 했는데, 일단 지금 제일가고 싶은 곳은 용산이다.
아 이번주.. 아니 저번주에 맥파이 살인사건을 다 읽었다. 이번 주엔 집에 있는 책을 하나 집어 들어야겠다. 오늘부터 안읽은 책의 첫 장이다. 다행히 요즘에 잡은 책들은 다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