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409152025-07-02 03:01
작성자 Level 10

술이 많이 취한상태에서 쓰기 시작한다. 버번 반병을 마셨다.

충동적으로 맥북을 샀다. 사자마자 전혀 쓸데가 없어서 침대에 던져놓았다가 이걸 쓰려고 켰다. 당연한 얘기지만 벌써 불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주간 윤세민을 쓰려고 할 때마다 영 쓸 말이 없다. 사실 사건은 많은 데 여러분께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 보니, 영 쓸데없는 말만 하는 거 같은 기분이다.

의외로 새벽 수영은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갈 때마다 영 힘에 부친다. 이번주 부터는 맨 뒤로 가서 천천히 수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또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느리니까 물을 많이 먹게된다. 아! 이번주에도 수건을 깜빡하고 안가져 갔다. 어쩔 수 없이 젖은 몸 젖은 머리로 그냥 옷을 입었는데, 군데 군데 타투도 있고 왁싱까지 한 수상한 인간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그냥 옷을 억지로 입는걸 의왕의 아저씨들이 좀 수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에잉’ 하면서 밖으로 나오니 아스팔트를 부술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우산꽂이는 텅 비어있었다. ‘어차피 다들 나랑 똑같은 꼴이 되겠구만 낄낄’ 이라고 생각하면 차로 뛰어갔다. 10초 뛰었는데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의 비였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리액션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이 마흔이 두번쨰 스무살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과연 스무살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새로운 걸 배우기도, 20대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20대에는 못했던 에티튜드와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다. 그때 나는 어땠지? 아마 지금보다 솔직하지는 못했을 거다. 나이먹으면서 배운것 중 하나가 솔직함이니까.

닳아빠젼 혀로 원하는건 뭐그리 많아서 여전히 말이 많다. 쓸데 없는 얘기도, 마음에 없는 얘기도, 안하는게 좋았을 이야기도 많이 쏟아내고 있다. 사건이 있을 당시에는 늘 참고있다고 생각하는데 돌이켜 보면 참은 말은 하나도 없다.

20대에 상처가 많은 여자애를 잠깐 만난 적이있다. 평생 한 명의 연인밖에 만나지 않았고(4년 쯤 사귀었다고 들었다.), 그 연인과 헤어진 후 크게 마음먹은 일탈이 나와의 섹스였다. 이별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섹스가 끝난 후에 그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운 이야기였다. 알맞은 리액션을 해주고, 껴안아 주고, 한 번 더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먼지가 쌓여버렸다.’ 는 문장을 썼다. 그땐 내가 먼지인줄 알았다. 한 달 쯤 그녀와 만나면서 몇 번의 섹스를 더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약간 더 지난 후 그녀는 그 남자에게 돌아갔다. 어쩌다보니 먼지가 쌓인 그림을 내가 떠안아 맡아버린 것 같아 기분이 좀 더러웠지만 돌아가면서 섹스는 내가 더 낫다고 해줘서 그건 좀 다행이었다. 2008년 쯤의 일이었었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한테 다시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몇개월 후였다.
‘오늘 나랑 잘거면 만나고 아니면 연락하지 말아요’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거절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답을 보내고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그냥 만났으면 아마 그날 잤을텐데.. 그 후회를 그날 밤에 잠깐 했던 기억이 있다. 까짓거 뭐라고 멋있는 척을 했을까? 하여튼 낭만이 있는 시대였다.

우습게도 난 요즘 나다운게 뭔지를 자주 고민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중요시 하는 사람인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걸 알아야 마음이 안정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낯선 상황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 것이 사람의 본능인지라, 나는 요즘 가장 익숙한 나를 찾느라 바쁘다.

올해 초 쯤 위의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내가 몇 년 전 술에 많이 취해서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을 보낸 것이었다. 한 2년만의 답장이었다. 며칠 정도 둘이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사라져 버렸다. 연락이 끊긴건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다만 궁금했다. 내가 변해서 연락을 끊었을까? 아니면 내가 변하지 않아서 연락을 끊은걸까? 아니면 갑자기 죽었나? 죽지 않았다면 아마 주간 윤세민을 재밌게 읽고 있긴 할거다. 내 글을 좋아했고 내 인스타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으니까.

대충 이번주엔 그랬다. 내가 결정을 하는데 무엇을 중요시 하는 사람인가를 깊게 고민해 봤다.그리고 생각의 결론을 내렸는데, 결정의 순간엔 정 반대의 선택을 해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알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아직도 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40년이나 살아 놓고서는
술이 너무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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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이 많이 취한상태에서 쓰기 시작한다. 버번 반병을 마셨다.

    충동적으로 맥북을 샀다. 사자마자 전혀 쓸데가 없어서 침대에 던져놓았다가 이걸 쓰려고 켰다. 당연한 얘기지만 벌써 불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주간 윤세민을 쓰려고 할 때마다 영 쓸 말이 없다. 사실 사건은 많은 데 여러분께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 보니, 영 쓸데없는 말만 하는 거 같은 기분이다.

    의외로 새벽 수영은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갈 때마다 영 힘에 부친다. 이번주 부터는 맨 뒤로 가서 천천히 수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또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느리니까 물을 많이 먹게된다. 아! 이번주에도 수건을 깜빡하고 안가져 갔다. 어쩔 수 없이 젖은 몸 젖은 머리로 그냥 옷을 입었는데, 군데 군데 타투도 있고 왁싱까지 한 수상한 인간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그냥 옷을 억지로 입는걸 의왕의 아저씨들이 좀 수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에잉’ 하면서 밖으로 나오니 아스팔트를 부술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우산꽂이는 텅 비어있었다. ‘어차피 다들 나랑 똑같은 꼴이 되겠구만 낄낄’ 이라고 생각하면 차로 뛰어갔다. 10초 뛰었는데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의 비였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리액션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이 마흔이 두번쨰 스무살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과연 스무살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새로운 걸 배우기도, 20대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20대에는 못했던 에티튜드와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다. 그때 나는 어땠지? 아마 지금보다 솔직하지는 못했을 거다. 나이먹으면서 배운것 중 하나가 솔직함이니까.

    닳아빠젼 혀로 원하는건 뭐그리 많아서 여전히 말이 많다. 쓸데 없는 얘기도, 마음에 없는 얘기도, 안하는게 좋았을 이야기도 많이 쏟아내고 있다. 사건이 있을 당시에는 늘 참고있다고 생각하는데 돌이켜 보면 참은 말은 하나도 없다.

    20대에 상처가 많은 여자애를 잠깐 만난 적이있다. 평생 한 명의 연인밖에 만나지 않았고(4년 쯤 사귀었다고 들었다.), 그 연인과 헤어진 후 크게 마음먹은 일탈이 나와의 섹스였다. 이별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섹스가 끝난 후에 그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운 이야기였다. 알맞은 리액션을 해주고, 껴안아 주고, 한 번 더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먼지가 쌓여버렸다.’ 는 문장을 썼다. 그땐 내가 먼지인줄 알았다. 한 달 쯤 그녀와 만나면서 몇 번의 섹스를 더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약간 더 지난 후 그녀는 그 남자에게 돌아갔다. 어쩌다보니 먼지가 쌓인 그림을 내가 떠안아 맡아버린 것 같아 기분이 좀 더러웠지만 돌아가면서 섹스는 내가 더 낫다고 해줘서 그건 좀 다행이었다. 2008년 쯤의 일이었었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한테 다시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몇개월 후였다.
    ‘오늘 나랑 잘거면 만나고 아니면 연락하지 말아요’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거절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답을 보내고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그냥 만났으면 아마 그날 잤을텐데.. 그 후회를 그날 밤에 잠깐 했던 기억이 있다. 까짓거 뭐라고 멋있는 척을 했을까? 하여튼 낭만이 있는 시대였다.

    우습게도 난 요즘 나다운게 뭔지를 자주 고민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중요시 하는 사람인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걸 알아야 마음이 안정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낯선 상황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 것이 사람의 본능인지라, 나는 요즘 가장 익숙한 나를 찾느라 바쁘다.

    올해 초 쯤 위의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내가 몇 년 전 술에 많이 취해서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을 보낸 것이었다. 한 2년만의 답장이었다. 며칠 정도 둘이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사라져 버렸다. 연락이 끊긴건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다만 궁금했다. 내가 변해서 연락을 끊었을까? 아니면 내가 변하지 않아서 연락을 끊은걸까? 아니면 갑자기 죽었나? 죽지 않았다면 아마 주간 윤세민을 재밌게 읽고 있긴 할거다. 내 글을 좋아했고 내 인스타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으니까.

    대충 이번주엔 그랬다. 내가 결정을 하는데 무엇을 중요시 하는 사람인가를 깊게 고민해 봤다.그리고 생각의 결론을 내렸는데, 결정의 순간엔 정 반대의 선택을 해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알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아직도 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40년이나 살아 놓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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