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씩 타투 뽕이 올라오고 있다. 내면의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이렇다. 내몸의 타투를 본 주변인들은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통 이 상태에서 일년 정도 더 고민하고 나서 타투를 한다. 살면서 후회하지 않은게 얼마 없는데, 그 중 하나가 타투다.
아침수영은 포기하고 연장 등록을 하지 않았다. 다니긴 꾸준히 다녔는데 레벨이 나한텐 약간 높았던 게 아닌가 싶다. 대신 집 근처 짐을 다시 등록해야 할까 싶다. 생각해보니 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짐을 등록해 본 적이 없네, 늘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에 등록을 했다. 과연 이 오지에서 짐을 등록하면 혼자 열심히 다닐 수 있을까?
이번주엔 일을 많이 했다. 외주도 좀 쳐냈고, 갑자기 닥친 일들이 있었는데, 스스로 놀랍게도 꽤 차분하게 쳐냈다. 게다가 지난 주간윤세민은 무려 일을 하면서 쓴 것이었다, 대견!
사실 오늘도 하루종일 일을 할 생각이었는데, 해가 떠있는 시간 내내 조느라 실패했고 대신 밤 새 일하려 책상 앞에 앉았다가 그냥 포기하고 위스키를 마셨다. 평생을 밤에 깨어있었던 사람이고, 돈 받는 일의 80%를 밤에 해왔는데, 언젠가부터 밤에 혼자 깨어 있으려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리하여 사실 오랜만에 만취 상태에서 쓰는 주간 윤세민이다.)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은 모두 사람을 만나는데 썼고, 집에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계산해보니 일주일 중에 집에서 잔 날이 절반이 안되었다. 면허증이 몇 주 째 민주한테 있는데, 받으러 갈 시간이 없어 계속 방치 중이다.
예전엔 하는 것도 없으면서 눈앞에 당장 해야 하는 일도 처리 못해서 끙끙 댔던거 같은 데, 요즘엔 놀거 다 놀고, 할 거 다 하면서, 눈앞에 있는 일들도 썩 잘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영원히 이럴줄을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성장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놀고 싶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
챕터가 넘어가는 순간이다. 다음 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회사에서 잘리고,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아주 크게) 변하는 등의 삶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고,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고, 새로운 것에 신나고, 또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아졌다. 바로 위에 일들을 썩 잘하고 있다고 써놓긴 했지만, 사실 배워야 할 것이나, 해야 할 일들이 아직 잔뜩 쌓여있다. 작은 희망이 있다면 이 모든 일들을 오전에 다 처리하고 오후에는 노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 다행이다. 확실히 지금 나는 그 배려가 없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시련,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도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무시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 할 수 있게 하시는 은혜 등등을 많이 생각한다. 사실 전부다 내 판단일 뿐인데, 그 판단이 옳다는 확신을 위해서 꽤 많은 것들을 끌어오는 편이다. 늘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선택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배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생 가장 좋아한 것이 있었다면 인간의 아이러니함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면서 오히려 성장과 평안을 얻는 과정, 그 과정을 다룬 서사물을 좋아했고, 나 또한 그 서사대로 살고 싶었다.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나, 불편을 감수하는 일, 그리고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은 수없이 해온 것 같은데, 그 일에서 내가 무언가를 얻었는지를 멋있게 치장하는 일은 아직 못하겠다. 내가 알 수 없는 성장을 얻었다던가, 혹은 그 뒤의 무뎌진 일상이 평안이었다든가 하는 말을 할 수 있겠다만, 누군가에게 내보일만한 서사는 아직 얻지 못한거 같다. 다만 그 이후의 결과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치면 결과물은 썩 마음에 든다. 다만 돈이 너무 없는 게 좀 문제이긴 한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내년이 되면 수입이 똑 떨어진다. 꽤 먼 미래일 것 같았는데. 9월이 다 가고 보니 몇개월 남지 않았다. 내년이 되면 마흔 한살에 커리어도 없이 직업을 구해야 한다. 걱정을 할라치면 한없이 걱정해야 하고, 마음을 놓는다 치면 뭐든 하겠다는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이상하게 둘 다 없다. 사실 걱정이 된다면 내년의 나보다는 지금 나의 이런 마음가짐이 더 걱정이 된다. 아니 어쩌려고 이래…
지난주 라디오를 듣다가 기가막힌 음악을 들었다. 찾아보니 역시 마일즈 데이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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