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점이 많은 이 학원 우리 지점에 중등부 선생님은 세명이다. 논술을 맡고 있지만 어쩐지 국어수업도 하고 있는 나와, 국어 1, 2, 3 학년을 다 맡고있는 팀장, 그리고 3학년 수업만 하고있는 원장이 있다. 나 빼고 둘은 경력이 10년이 넘은 모양이다. 그런데 팀장의 동생이 많이 아픈가보다. 저번 달에 한번 급히 동생에게 가봐야 한다고 평일에 나한테 양해를 구한 적이 있었다. 동생이 많이 아프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직원의 아이나 혹은 반려동물에게 큰 일이나서 급히 조퇴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뭐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나도 갑자기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큰 일이 날 수도 있잖아?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 팀장의 동생에게 또 일이 생겨서 예정된 일정을 모두 미루고 팀장이 급히 조퇴하는 일이 있었다. 다음 날 다른 선생님이 팀장한테 동생은 괜찮냐고 물어보고 이야기를 좀 나눴나보다. 그런데 원장이 팀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만약에 동생이 잘못 되면 수업은 어떡할 거에요?’
응?
다음 날 ‘여기가 학원이라서 그렇지 회사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며 어쨌다며 잔소리를 크게 해서 학원 사람들이 모두 들었나 보다. 경력 10년이 넘는다더니 과연 회사를 안다녀본 티가 났다. 이 학원은 몸이 아파 혼수상태인 사람이 수업 다하고 퇴근 3시간 전에 조퇴를 하려고 해도 연차사용서를 내민다. (1년에 4개 있는 그거)
인턴이라고 월급도 일부만 받고 있는 내 코가 석자라 남의 사정을 신경 쓸 처지가 아니긴 한데, 그 이야길 듣고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다. 이런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뭐랄까, 형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아짓거리를 해야할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그 주말에 팀장의 눈치를 보니 아마 이번 시험까지만 하고 나갈 것 같은 눈치다. 사실 그런 말을 듣고 회사에 남아 있을만한 사람은 없다. 아니 잠깐 그럼 중등부에 나만 남잖아? 응?
2. 시험이 한 주 남았다.
지난 한 달간 내신 수업을 했다. 내가 맡은 두 학교 다 7월 첫째주가 시험이라, 이번주에 마지막 수업, 다음주 시험 직전에 직보(무슨 말인지 몰라서 구글에 검색해보고 알았다.)를 하고 나면 내신일정이 끝난다. 뭐 물론 그러고 나면 애들 성적이나 학부모 상담이 또 문제겠지만, 뭐, 수업은 잘 했으니 내 잘못은 아니다. 그러고 나면 이틀의 휴가를 준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모두 전화해서 일정을 조정하고, 평일만 사용 가능한 휴가인데, 어쨌든 휴가가 생긴다고 한다. 아직 일정 조정은 못했는데, 되면 동해에 있는 캠핑장을 찾아서 혼자 바다 캠핑이나 다녀올까 싶다. 밥은 대충 사먹고, 수영하고 책보고, 맥주먹고, 그것만 하고 오면 될 것 같다. 원터치 텐트를 하나 살까,
3. 여름휴가가 생겼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여름휴가도 있다고 한다. 일주일 학원 방학이 있다고 한다. 내일 다시 확인을 해봐야 겠지만, 주말-방학-주말 10일을 쉬게 된다. 그리고 1년 중 딱 한 주! 유일하게! 주말에 쉴 수 있는 날이 생겼다. 세상에! 주말에 쉰다니!
마침 며칠전부터 카오산이 엄청 가고 싶었다. 루프탑 수영장 선배드에 누워서 책읽고, 수영하고, 맥주먹고, 마사지 받고, 그걸 한 일주일쯤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휴가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방금 전까지 비행기랑 호텔 예약 직전까지 갔었다. 물론 돈이 너무 없고, 갚아야 할 빚들이 많긴한데, 비행기랑 호텔은 어차피 카드니까 12개월 할부로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 비행기 40, 호텔 15, 체류비 30 정도면 3~5일 정도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오늘 출근해서 휴가일정을 다시한번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접었다. 간다면 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4.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생활에 루틴과 목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실천의 일환으로 오늘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사실 이전에도 몇 번 정도 시도를 해보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두어 번 정도 포기했다가, 오늘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만한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었다. 그렇잖아도, 인스타 게시물들을 갈무리 할 공간도 필요했다. 학원에 출근해 일하는 시간보다, 일하지 않는 시간을 더 바쁜 시간으로 만드는 편이 나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p/DLS6FJso-gyoe3Sdjzn4A0coliexwjVsYK2gXg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