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506182025-07-06 03:10
작성자 Level 10

1. 헤어졌다.

뭐 그렇게 됐다.

2. 학원엔 열심히 적응 중이다.

그야말로 열심히 적응 중이다. 시험이 2주 남았는데, 준비한 자료를 다 써서 새로운 자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학원일 뿐만 아니라 학원강사라는 새로운 세상에도 적응하고 있다. 신기한 게 학원 강사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것’ 과 ‘자수성가’를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걸, 자수성가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프리랜서 마냥 일한 만큼 돈이 들어오느냐? 그것도 아니다. 시간 외 근무를 해도 시간 외 수당도 없다. 출퇴근 시간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도 어플에 시간까지 찍어야 하는 출퇴근 시간 강요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합의없이 퇴사 시에는 3개월 분 급여를 반납해야 한다는 계약서에도 군말없이 사인을 한다. (나도 하긴 했다. 나야 어차피 이 조항은 무효가 될 걸 알고 했지만) 프리랜서 계약서를 들이 밀었으면서 기록이 남는 단체톡방에서 디테일한 업무지시도 계속 이루어진다. 또 그러면서 1년에 연차를 4일이나 준다고 생색을 내기도 한다. (원하는 날짜에 쓰지도 못한다. 예를 들면 주말) 프리랜서도, 정규직도 모두 다 해본 입장에선 이 회색지대가 늘 신기하다. 구룡성채도 아니고 무슨,

전직장에서 하던 방송 내용과 비교해보면 정말 이세계물 수준으로 다른 세상이다. 그렇담 노조는 어떨까?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강사들은 모래알인 반면에 원장들은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강사들은 이 직업에 별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직업과 직장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리고 보호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보수를 지지한다.

3. 그래도 종종 스스로 대견하다.

시작한 지 5개월은 된 거 같은데 아직 2달 반이고, 그 중에 수업을 시작한 건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 마흔에 경력도 없이 세상으로 내던져서 어떻게 일을 또 구해서 살고 있네, 싶은 생각에 종종 대견해진다. 일이 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늘 일을 구하고, 급히 일을 해서 빚을 갚고, 생활을 꾸리고, 술 값을 내고, 옷을 사고, 그러다가 또 일을 구하고 늘 그렇게 살았다. 중간 중간 지쳐서 한숨을 쉬다가도 문득 ‘그래도 어떻게 또 일을 하고 있네…’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인다.

늘 안해본 일과 맞딱뜨리는 건 팔자인가 싶다. 수없이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도 난 한번도 경력직으로 이직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그래서 늘 연봉이 개판이다. 이번에도…) 송구스러운 이력서를 수백통을 돌리면서, 그래도 술을 마시고, 대출을 갚고, 친구를 만나고, 심지어는 사랑까지 하면서 살았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 절약하는 버릇을 고쳤다. 평생 절약만 하면서 살게 될 것 같아서 절약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절약과 별개를 저축은 해야 하는데, 절약하는 버릇을 고치면서 저축도 같이 제로가 됐다는게 문제다. 요건 또 뭐 새로 열심히 해야지 뭐,

절약하는 버릇을 고치면서 또 스스로 고치려고 하는 게, 세일이나, 가격이 싼 상품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버릇이다. 생각해보면 과소비는 모두 세일기간이나, 다이소, 알리에서 이루어진다. 싼 거 열 개를 사느니 비싼 거 한 개를 사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평생 습관이 취향이 되어버려서 또 그게 쉽지 않다. 비싼 걸 소비 할 때는 자책을 하면서, 싼 걸 소비할 때는 뿌듯해지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5. 여행 가고 싶다.

여행이 엄청 가고 싶다. 특히 혼자 방콕을 너무 가고 싶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이나 하다가 선배드에서 맥주나 먹고, 그러다 저녁되면 나가서 마사지 받고, 맥주 마시고, 산책하고, 취한 채로 들어와서 잠드는 걸 일주일 쯤 하고 싶다. 근데 시간을 내봐야 내신 끝나고 연차써서 끽해야 월화수 3일 밖에 낼 수 없고, 뭣보다 돈은 없고 빚이 너무 많다. 카카오 비상금 대출까지 다 땡겨 쓰는 바람에 당장 이번 여름엔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어디 국내 바닷가 캠핑장이라도 혼자 다녀올까?



https://www.instagram.com/p/DLB3s6hxoXVD92P3lIaYNlXj2p9Gox1umnYaNw0/?img_index=1스크린샷 2025-07-06 11155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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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헤어졌다.

    뭐 그렇게 됐다.

    2. 학원엔 열심히 적응 중이다.

    그야말로 열심히 적응 중이다. 시험이 2주 남았는데, 준비한 자료를 다 써서 새로운 자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학원일 뿐만 아니라 학원강사라는 새로운 세상에도 적응하고 있다. 신기한 게 학원 강사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것’ 과 ‘자수성가’를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걸, 자수성가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프리랜서 마냥 일한 만큼 돈이 들어오느냐? 그것도 아니다. 시간 외 근무를 해도 시간 외 수당도 없다. 출퇴근 시간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도 어플에 시간까지 찍어야 하는 출퇴근 시간 강요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합의없이 퇴사 시에는 3개월 분 급여를 반납해야 한다는 계약서에도 군말없이 사인을 한다. (나도 하긴 했다. 나야 어차피 이 조항은 무효가 될 걸 알고 했지만) 프리랜서 계약서를 들이 밀었으면서 기록이 남는 단체톡방에서 디테일한 업무지시도 계속 이루어진다. 또 그러면서 1년에 연차를 4일이나 준다고 생색을 내기도 한다. (원하는 날짜에 쓰지도 못한다. 예를 들면 주말) 프리랜서도, 정규직도 모두 다 해본 입장에선 이 회색지대가 늘 신기하다. 구룡성채도 아니고 무슨,

    전직장에서 하던 방송 내용과 비교해보면 정말 이세계물 수준으로 다른 세상이다. 그렇담 노조는 어떨까?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강사들은 모래알인 반면에 원장들은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강사들은 이 직업에 별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직업과 직장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리고 보호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보수를 지지한다.

    3. 그래도 종종 스스로 대견하다.

    시작한 지 5개월은 된 거 같은데 아직 2달 반이고, 그 중에 수업을 시작한 건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 마흔에 경력도 없이 세상으로 내던져서 어떻게 일을 또 구해서 살고 있네, 싶은 생각에 종종 대견해진다. 일이 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늘 일을 구하고, 급히 일을 해서 빚을 갚고, 생활을 꾸리고, 술 값을 내고, 옷을 사고, 그러다가 또 일을 구하고 늘 그렇게 살았다. 중간 중간 지쳐서 한숨을 쉬다가도 문득 ‘그래도 어떻게 또 일을 하고 있네…’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인다.

    늘 안해본 일과 맞딱뜨리는 건 팔자인가 싶다. 수없이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도 난 한번도 경력직으로 이직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그래서 늘 연봉이 개판이다. 이번에도…) 송구스러운 이력서를 수백통을 돌리면서, 그래도 술을 마시고, 대출을 갚고, 친구를 만나고, 심지어는 사랑까지 하면서 살았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 절약하는 버릇을 고쳤다. 평생 절약만 하면서 살게 될 것 같아서 절약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절약과 별개를 저축은 해야 하는데, 절약하는 버릇을 고치면서 저축도 같이 제로가 됐다는게 문제다. 요건 또 뭐 새로 열심히 해야지 뭐,

    절약하는 버릇을 고치면서 또 스스로 고치려고 하는 게, 세일이나, 가격이 싼 상품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버릇이다. 생각해보면 과소비는 모두 세일기간이나, 다이소, 알리에서 이루어진다. 싼 거 열 개를 사느니 비싼 거 한 개를 사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평생 습관이 취향이 되어버려서 또 그게 쉽지 않다. 비싼 걸 소비 할 때는 자책을 하면서, 싼 걸 소비할 때는 뿌듯해지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5. 여행 가고 싶다.

    여행이 엄청 가고 싶다. 특히 혼자 방콕을 너무 가고 싶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이나 하다가 선배드에서 맥주나 먹고, 그러다 저녁되면 나가서 마사지 받고, 맥주 마시고, 산책하고, 취한 채로 들어와서 잠드는 걸 일주일 쯤 하고 싶다. 근데 시간을 내봐야 내신 끝나고 연차써서 끽해야 월화수 3일 밖에 낼 수 없고, 뭣보다 돈은 없고 빚이 너무 많다. 카카오 비상금 대출까지 다 땡겨 쓰는 바람에 당장 이번 여름엔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어디 국내 바닷가 캠핑장이라도 혼자 다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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