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윤세민

제목202505262025-07-06 03:07
작성자 Level 10

세상 쓸모없는 것들만 만들며 살고 싶다.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노동보다 숭고한 것이 있을리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남은건 모두 쓸모없는 예술 뿐이다. 프랑스 혁명도, 산업혁명도 러시아 혁명도, 아니 그 모든 전쟁이 사실 노동의 숭고함을 무시한 것에서 촉발된 역사임에도, 어째서 역사는 하등 쓸모 없는 예술만 기억한다. 좆같은 민족주의까지 버무려서,

혁명의 숭고함을 겪은 인류에게 예술이 무슨 의미길래…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면 예술 역시 인민의 아편이 아닌가? 왜 저쪽은 아편이고. 이쪽은 선전의 수단이었을까? 노동이 가장 신성한 세계에서도 왜 예술만큼은 인정했을까?

강점기만 해도 그래, 가장 숭고한 사람은 노동으로 국가를 지탱한 이들, 종전 후에 되찾을 시스템이라도 유지한 이들이었을 텐데, 어째 우리가 기리는 건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와서 나라 없다고 징징대는 흰 손들 뿐이다.

하등 쓸모 없다. 교과서에서, 교실에서, 학원에서, 오욕을 당하는 문학따위를 시대의 정신이라고 기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시대의 정신이, 음보율이고, 대구법이고, 상징의 올바른 사용법이야?

인간이 한번씩 미당에게 미치는 이유는 학교에서 미당을 배우지 않아서이다. 친일을 하고, 전두환을 찬양한 덕분에 미당 만큼은 아름답게 지켜지고 있다.

문학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닌데, 머가 됐든 세상 쓸모 없는 걸 만들며 살고 싶다. 코스터로도 쓰지 못할 천쪼가리 라던가, 테이블 매트로도 쓰지못한 가죽 조각, 아무 쓸모도 없는 나뭇조각 같은걸 만들며 살고 싶다. 사실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만 중요한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실은...
학원에서 힘들었다. 내신 두학교를 맡는 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내신 두 학교에, 논술에, 국어 정규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들에게 나간 공지를 보고서야 사색이 된 얼굴로 원장을 찾았다. 이게 다 뭔가요?

다음 주 안에 풀어놔야 하는 문제들이 500페이지는 너끈히 넘고, 그 와중에 논술 수업 준비에, 국어 정규 수업도 준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유언을 남긴다면 자체 교제를 쓰는 학원으로는 아이를 절대 보내지 말라는 말일 거다. 그 말은 사실 동네 카센터에서 남는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몇 백 개의 문제들 사이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찾는 작업을 일주일 정도 하다보니까 아니 시발 사실 이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화딱지가 났다.

하여가나 단심가가 지어질 때 한글은 창제되지도 않았으며, 연암은 한글을 쓸 줄도 몰랐고, 표준어의 이점 같은건 북한에서나 할 소리지 대학가서 그런 소리 하면 싸대기 밖에 맞을 게 없다. 음보율, 음수율은 쇼미더머니에서 찾으면 된다.

요즘 애들이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건 니네가 보는 옛날 텍스트에 해당하는 말이지, 요즘 애들의 문해력은 앱의 UI와 키오스크를 다루는 능숙함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읽을 필요 없는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퇴화되는 건 보통 진화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문학이 그들을 따라가야지. 오리소리로도 훌륭한 문학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건 조지오웰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다. 사실 이미 조지오웰이 상상한 미래는 40년 전이다.

그래서 차라리 세상 쓸모 없는 것이나 만들며 살고 싶다. (수미상관) 아무 쓸모도 없는데 누구 마음에 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자기 삶도 지탱하지 못하는 니들 위안받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스크린샷 2025-07-06 111526.jpg

https://www.instagram.com/p/DKFTmiezwqk50adhskFOuoTuqxQJtX8xErr6q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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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쓸모없는 것들만 만들며 살고 싶다.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노동보다 숭고한 것이 있을리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남은건 모두 쓸모없는 예술 뿐이다. 프랑스 혁명도, 산업혁명도 러시아 혁명도, 아니 그 모든 전쟁이 사실 노동의 숭고함을 무시한 것에서 촉발된 역사임에도, 어째서 역사는 하등 쓸모 없는 예술만 기억한다. 좆같은 민족주의까지 버무려서,

    혁명의 숭고함을 겪은 인류에게 예술이 무슨 의미길래…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면 예술 역시 인민의 아편이 아닌가? 왜 저쪽은 아편이고. 이쪽은 선전의 수단이었을까? 노동이 가장 신성한 세계에서도 왜 예술만큼은 인정했을까?

    강점기만 해도 그래, 가장 숭고한 사람은 노동으로 국가를 지탱한 이들, 종전 후에 되찾을 시스템이라도 유지한 이들이었을 텐데, 어째 우리가 기리는 건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와서 나라 없다고 징징대는 흰 손들 뿐이다.

    하등 쓸모 없다. 교과서에서, 교실에서, 학원에서, 오욕을 당하는 문학따위를 시대의 정신이라고 기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시대의 정신이, 음보율이고, 대구법이고, 상징의 올바른 사용법이야?

    인간이 한번씩 미당에게 미치는 이유는 학교에서 미당을 배우지 않아서이다. 친일을 하고, 전두환을 찬양한 덕분에 미당 만큼은 아름답게 지켜지고 있다.

    문학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닌데, 머가 됐든 세상 쓸모 없는 걸 만들며 살고 싶다. 코스터로도 쓰지 못할 천쪼가리 라던가, 테이블 매트로도 쓰지못한 가죽 조각, 아무 쓸모도 없는 나뭇조각 같은걸 만들며 살고 싶다. 사실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만 중요한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실은...
    학원에서 힘들었다. 내신 두학교를 맡는 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내신 두 학교에, 논술에, 국어 정규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들에게 나간 공지를 보고서야 사색이 된 얼굴로 원장을 찾았다. 이게 다 뭔가요?

    다음 주 안에 풀어놔야 하는 문제들이 500페이지는 너끈히 넘고, 그 와중에 논술 수업 준비에, 국어 정규 수업도 준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유언을 남긴다면 자체 교제를 쓰는 학원으로는 아이를 절대 보내지 말라는 말일 거다. 그 말은 사실 동네 카센터에서 남는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몇 백 개의 문제들 사이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찾는 작업을 일주일 정도 하다보니까 아니 시발 사실 이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화딱지가 났다.

    하여가나 단심가가 지어질 때 한글은 창제되지도 않았으며, 연암은 한글을 쓸 줄도 몰랐고, 표준어의 이점 같은건 북한에서나 할 소리지 대학가서 그런 소리 하면 싸대기 밖에 맞을 게 없다. 음보율, 음수율은 쇼미더머니에서 찾으면 된다.

    요즘 애들이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건 니네가 보는 옛날 텍스트에 해당하는 말이지, 요즘 애들의 문해력은 앱의 UI와 키오스크를 다루는 능숙함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읽을 필요 없는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퇴화되는 건 보통 진화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문학이 그들을 따라가야지. 오리소리로도 훌륭한 문학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건 조지오웰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다. 사실 이미 조지오웰이 상상한 미래는 40년 전이다.

    그래서 차라리 세상 쓸모 없는 것이나 만들며 살고 싶다. (수미상관) 아무 쓸모도 없는데 누구 마음에 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자기 삶도 지탱하지 못하는 니들 위안받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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