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주간윤세민
내신이 끝나고 이틀의 휴가가 주어졌다. 원래 휴가인 월화에 붙여서 월화수목을 쉬었다. 사실 여름이 오자마자 바다나 수영장에 가고 싶었다. 수영을 배우긴 했어도 강습말고는 수영을 해본 적이 없어, 한번 자유롭게 수영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바다를 보면서 책을 읽다 바다에 떠 있다가 수영을 하고, 다시 의자에 앉아 맥주를 먹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한 타투처럼 물 위에 둥둥 떠있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이 없고 노지캠핑이 가능한 여러 장소를 물색했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에 무심코 켠 인스타에서 니즈에 딱 맞는 장소를 발견했다. 도착해서 물에 들어가자 마자 혼잣말을 했다 ‘주여 감사합니다. 이곳입니다.’
원터치 텐트를 펴는데는 5초쯤 걸렸는데 타프를 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역시 캠핑때마다 늘 타프가 문제다. 가지고 있는 30만원짜리 타프는 너무 커서, 쿠팡에서 2만원짜리 최저가 타프를 사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만 힘을 주니까 폴대가 휘었다. 어찌저찌 머리를 써서 그늘을 만들었다. 스노클링 장비도 쿠팡에서 제일 싼 걸 사갔는데 잘 작동했다. 난생처음 스노클링을 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다만 수영을 다시 끊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다에서는 물이 무거워 30m도 못가겠더라고? 게다가 접영은 다 까먹었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 맥주를 마시고 ,물 위에 둥둥 떠있다가 수영을 하고, 다이빙을 하고 다시 올라와서 쇼츠를 보고, 맥주를 먹고, 책을 읽고, 하다가 밤에는 모듬 꼬치를 구워먹었다. 나는 불도 잘 붙이고, 숯불도 잘 만든다. 어릴 때 아부지가 캠핑에 데리고 가는걸 그렇게 싫어했는데, 그때 배운 기술들이 그래도 꽤 남았다. 텐트에 타프에 리클라이너 의자, 숯불에 꼬치까지 구워먹자, 사람들이 내 세팅을 계속 힐끔힐끔 구경했다. 캬캬
밤이 되자 해변에 사람이 싹 사라졌다. 혼자 반쯤 취해 해변에서 달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이런 외로움에 익숙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겸허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근처 항구를 찾아 물회나 한그릇 먹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사정을 거쳐서 지형이형과 몇 번 얼굴을 본 동생이 있는 술자리에 들렀다. 결혼식도 못갔고, 또 그날따라 지형이형에게 여러 힘든 일도 생긴거 같아서, ‘어차피 술은 못마시고 그냥 얘기나 좀 들어주고 계산이나 하고 나오자’라는 생각으로 갔다. 그러고 자리가 끝난 밤 10시 쯤 집을 향해 운전을 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갑자기 바닥을 쳤다. 휴가가 끝나서인지, 휴가를 지내보니 하는 일의 천박함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졌는지,
결국 짐은 차에 그냥 팽개쳐 둔 채로 위스키를 사서 집으로 올라왔다. 샤워를 하고 위스키를 한잔 들이키고나니 스멀스멀 몸살기운이 돌았다. '아이고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가보다,' 싶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염병이나 좀 떨고 잤다. 푹 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얼큰돼지국밥을 시켜먹으니 다행히 몸살기운은 어느정도 물러갔다.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업계가 맘에 안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늘 일을 싫어했다. 비상식적인 대학교수들을 상대하기 싫어서 경력도 포기했다. 운좋게 7년 정도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직업에 종사하긴 했으나 어차피 평생 직업이 되긴 어려웠다. 생산직이나 건설업을 구할 배짱까진 없으니 일이 구해진 것만으로도 난 감사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다른 학원보다 숙제가 많아야 해요!’ 같은 말을 듣고 ‘넵’ 이라고 대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 등록금부터 내 삶은 내가 이루지 않은게 하나도 없는데, 어쩐지 늘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행히 업무량은 내가 해온 다른 직업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라 보통 하루에 일주일 치 일을 다 끝내놓고 노는 편인데,이 일은 업무량보다는 천박함을 견디는 게 더 빡세다. 하긴 서비스직이 다 그렇지 뭐
홈페이지에 그 간의 ‘주간윤세민’을 모두 업로드했다. 어느새 일 년이 넘었다. 책으로 엮어서 소장할까 싶은데, 그러기엔 글들이 너무 개인적이다. 틈 날 때마다 글들을 만져서, 원고를 좀 꾸려봐야겠다.
여행을 다녀와서 외려 우울해졌길래, 여행이 답이 아니었나? 하는 스토리를 올리니까, 친구가 답글을 달아줬다. ‘창작해야겠네’ 얘는 어쩜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너무 고마워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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