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셀카 를 찍어 본지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 한번 찍어봤다.
1. 우울한 사람 이라는 이야기를 이번 주에 두 번이나 들었다. 올해 초에는 평소에 워낙 우울해 보여서 일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잘해서 깜짝 놀랐다는 평을 들은 적도 있다. 덩달아 나도 깜짝 놀랐다. 아니 내 평소 이미지에 그런 악영향까지 있다니!
우울해 보인다는 이미지에 늘 억울해 하는 편이지만 원래 엄살이 심한 성격이라 불평을 할 수도 없다. 요 몇 년 사이 의왕으로 이사오면서, 연인과 헤어지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힘든 일들이 다소 있었는데, 그 엄살을 모두 SNS 에 뿜어 댔으니 그런 평가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SNS을 솔직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라서 얻는 오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다들 살면서, 나쁜 일이나 우울한 날이 없지는 않잖아?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내가 만날 웃겨주잖아!
그러고 보니 병원에서도 비슷한 이야길 했다.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전 별로 우울하진 않은데요?’ 라고 했더니 본인만 모르는 것이라며 본인이 우울한지 모르는 게 우울증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아니 그럼 우울증은 어떻게 정의하는 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긴 했는데, 어쨌든 ADHD 진단을 받고 싶어서 찾아간 병원에서 2년 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긴 하다. 그냥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어쨌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좀 뜯어 고쳐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라클 모닝이라도 하면서 매일 새벽에 ‘오늘도 나를 이기고 더 강해진 나를 찾아 달린다!’ 고 올려야 하나…
2. 심심 하다. 사실 요즘 꽤 잘 지낸다. 아침마다 운동도 가고, 학원에 나와서는 할 일을 순식간에 해버리고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 농땡이도 꽤 잘 피운다. 오히려 요즈음의 가장 큰 문제는 우울이 아니라 지나치게 심심하다는 거다. 수다를 떨 사람도 없고, 재밌는 일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지?’ 를 깊이 생각하다가 하루를 보낸다. 늘 심심한 덕분에 집안일을 미루지 않고 있다.
뭐가 이리 심심할까, 왜이리 심심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역시 연애도 안하고, 썸도 없어서 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연애 를 안 한다고 심심하다니 너무 뻔뻔한 거 아닐까 싶긴 하다. 20대 이후로 연애를 안했던 기간이 짧긴 하지만, 그래도 연애는 원래 안하는게 디폴트고, 하는 게 특별한 거잖아, 안그래? 곰곰이 생각을 굴리다 보니 ‘이게 40대의 싱글의 삶인가?’ 까지 생각이 미쳤다. 확실히 젊을 땐 연애를 안해도 그리 심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주에 혼자 여행을 가서 맞은 밤에 ‘이렇게 혼자 즐기는 거에 익숙해 져야겠다.’ 고 생각했다. 역시 40대의 삶은 홀로 완전해야 하는 가보다. ‘이립’은 서른살을 이르는 말인데, 역시 난 늘 늦는다. 뭐 어쨌든 연애든 썸이든 수다든 좀 떨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4. 여행 이 열흘 남았다. 비행기랑 숙소 말고는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카오산이야 두번이나 가봤으니 그냥 맥주나 마시고, 수영이나 하고, 마사지나 받고 오면 되겠다 싶은 마음이다. 혼자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라 그게 약간 불안하다. 사실 비행기를 탈 때 마다같이 여행가는 사람만 졸졸 따라다녀서 출국 수속을 할 때, 정확히 뭘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새벽에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는 잘 갈 수 있을런지… 현지에서 술먹고 사고는 치지 않을런지… 돌아오면서 또 후유증에 고생하지는 않을런지, 벌써부터 별개 다 걱정이다. 이래서 우울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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