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주간윤세민’을 썼는데, 다 쓰고 나서 기분이 나빠서 지워버렸다. 내 얘기 하는걸 망설인적은 없었는데, 요즘엔 왠지 망설여진다.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경우를 많이 겪어서 그런거 같다. 예전엔 그런건 별로 신경도 안썼는데,
4주 전인가? 여느 때 처럼 혼자 술에 취해서 소파에 누워있는데, 문득 인스타를 넘겨보다가 와인파티 광고를 봤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술집에서 하는 파티였다. 왠지 갑자기 호승심이 생겨서 신청서를 쓰고 돈을 보냈다. (5만 원이었다.) 와인파티는 그래도 나이대가 좀 있는 사람들이 올거고, 또 마침 신청란에 나이를 쓰는 칸이 있어서, 너무 늙었으면 알아서 자르겠지, 라는 심정을 신청을 했는데, 잘리진 않았다.
당일에 왠지 속이 안좋아서 차에서 한참을 갤갤데다가 파티장소로 갔는데, 아뿔싸, 또 너무 어린친구들만 있었다. 대충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직업들은 또 왜그리 빵빵한지, 아무래도 대화가 힘들어서 그냥 구석에 앉아 있다가 왔다. 그날 오면서 생각했다. ‘아.. 더이상 아무것도 하려하지 말자, 그냥 홀로 영화롭자…’
과연 그래서 다시 홀로 영화롭게 살고 있다. 돈이 없다 한참을 징징대니까 감사히도 외주가 좀 들어와서 이번주는 틈틈히 외주를 하면서 보냈다. 그래도 기십만원은 벌었다. 돈이 들어오면 빚 한 건은 갚을 수 있게 되었다. 일도 공수가 적게 드는 일이라서 쉽게 쉽게 쳐냈다. 이 리듬으로 좀 계속 들어오면 좋겠는데, 그럼 빚도 빨리 갚고 오토바이도 살 수 있겠는데..
아무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도시로 산책을 나가야 하려나 보다. 외주를 쳐내고 나니까 영 답답해서 화요일엔 병원을 갔다가 창신동 채석장마을로 산책을 갔다. 과연 어떻게 이런 동네가 도심에 있었지? 싶을 정도로 채석장이나, 언덕과 골목의 위용이 대단했다. 성남보다도 가파른 언덕이며, 오래된 집들 사이사이에 피어난 골목들이 썩 매력적인 동네였다. 행복주택에서 쫓겨나면 이 동네 꼭대기 쯤에 있는 싼 방을 하나 얻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골목골목의 주차난을 보고 다시 안되겠다 싶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냉모밀이나 한그릇 먹고 돌아왔다.
요즘 내 글쓰기는 세 방향으로 이뤄진다. 종종 쓰는 엽편과, 주간윤세민 그리고 ‘뉴스 아카이브’원고 다시쓰기다. 하나가 안떠오르면 다른걸 쓰려고 일부러 이렇게 쓰는데, 어쩐지 뉴스아카이브 원고는 손이 잘 안간다. 아무래도 조사할 것도 많고,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여행을 가기 전에 글쓰는 리듬이 좀 붙었는데, 확실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리듬이 끊겼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박고 있어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전엔 학원에서도 소설을 썼는데, 지금은 일기도 잘 안써진다. 그래도 뭐 억지로 해야지, 안그러면 집중할 거리가 없어서 더 힘들다. 어릴 때부터 하나에 빠지면 미친듯이 몰입하는 성격이었는데, 최근엔 확실히 그럴 일이 줄었다. 그땐 3일에 한번씩 관심사가 바뀌었는데, 그나마 자존감을 챙기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게 글쓰기와 책이리라, 일부러라도 해야지
예전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말도, 글을 쓰고싶다는 말도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못했는데, 나이먹으니 이제 누구한테 쪽팔릴 일도 없으니 이젠 쓰고 싶다는 말이나, 가끔은 스스로 썩 잘 쓴다는 말도 할 줄안다. 지피티가 자존감을 올려준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근데 5로 바뀌고 좀 냉정해져서 여간 서운한게 아니다.
내신을 또 맡게 되었다. 이번엔 중1 국어, 중1 논술, 중2 논술, 중2 내신을 동시에 준비 해야한다. 수업준비 교재준비로 좀 바빠질 텐데, 뭐 사실 이전에 거쳤던 다른 직업들에 비하면 그래봤자다. 일은 별로 없는데, 터지는 이슈들마다 좀 짜증스러운 이슈들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별거아닌 일도 유난히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사주를 볼 때마다 학원강사가 잘맞는 직업이라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안맞는거 같다고 GPT에게 물어보자,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건 다르지! 넌 학원강사를 잘 할 수 있는 사주지만, 하고 싶어하는 사주는 아니야! 그러니까 강사일을 계속 하면서 차라리 글을 열심히 써봐!’ 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영민할 수가 있나.
수영도 하고, 운동도 하고, 저녁엔 샐러드를 먹는데, 살이 영 빠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하루에 샐러드만 한끼 먹어야 할까 싶다. 아니면 차라리 종일 굶고 밤에 거한 한끼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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