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제목담배 냄새가 나는 신2025-07-25 11:23
작성자 Level 10

20250725 #엽편

번화가 앞쪽이 소란스럽다. 싸움이 났는지 아니면 요란스러운 무리가 있나보다, 뒷골목 쪽으로 슥 돌았다. 바닥에 고인 물에 네온 사인이 비치고 있었다. 바닥을 보며 걷고 있는데 담배 연기가 훅 끼쳐왔다. 고개를 들었다. 중년의 남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날 보고 있었다.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상황이 애매해서 어정쩡하게 시선을 떨어트리고 옆으로 비켜가려던 참이었다.

“신이야”

“네?”

남자의 앞으로 스쳐 지나가려는데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신이라고”

“네?”

아무래도 취객인가 보다. 시비를 걸어오나 해서 재빨리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울리기 시작했다.

‘신이라고.’

그렇지 신이라면 이렇게 나타나겠지, 나를 설득 시킬 필요가 있겠나, 그냥 믿게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신에겐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하지?

“원하는 게 있어?”

신이 물었다.

“그 애랑 다시 자고 싶어요”

“알겠어”

신은 고인 물에 담배를 던지고는 반대 쪽으로 걸어 사라졌다. 발걸음에 따라 물에 비친 네온사인이 흔들렸다. 무슨 담배인지는 몰라도 냄새가 심한 담배였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어디야?”

“왜 갑자기 네가 보고 싶었을까?”

섹스가 끝난 후 그 애가 말했다.

“내가 신한테 부탁했어.”

“기도했어?”

“아니 뒷골목에서 만났어.”

“어디?”

“이 모텔 옆에 있는 골목”

“흐음”

의자에 걸려 있는 옷의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다시 피워?”

“아니, 신이 담배를 너무 맛있게 피우더라고, 그래서 오는 길에 샀어”

“나도 하나 줘”

침대에 누워서 같이 담배를 피웠다. 처음 만난 날도 이랬다. 그러다 연애 중에 함께 끊기로 하고 끊었는데, 이제 뭐 둘 다 연애도 끝났으니 피차 피우고 싶은 담배를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근데 왜 나랑 자게 해달라고 했어?”

“한 번 더 자면 잊을 수 있을 거 같았어”

“그럼 잊게 해달라고 빌지 왜,”

“내 의지와 관련한 걸 빌고 싶진 않잖아.”

“그런가?”

그 애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내 입에 키스를 해왔다. 그리고 내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같은 담배를 피고 있는데, 그 애 몸에 들어갔다 나온 연기는 냄새가 달랐다.

“다시 가보자, 그 신한테,”

그 애가 말했다.

“글쎄 지금도 거기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거기 있었다.

“왜 같이 와?”

신이 물었다.

“알잖아요, 신이니까”

그 애가 말했다.

“물론, 알고 있지, 너는 원하는 게 뭔데?”

“얘 머릿속에서 날 완전히 지워주세요.”

“알았어”

“이제 됐나?”

눈 앞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하나만 더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옆에 여자가 말했다.

“뭐지?”

“이 사람이랑 자게 해주세요.”

내 옆에 여자가 말했다.

“왜?”

“나도 자유의지를 한번 뺏고 싶어서요. 더 황당하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 속에서 어쩐지 아랫도리에 피가 몰렸다.

뒷골목엔 담배 냄새가 진하게 났다.


IMGP0586.JPG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자백클럽 Level 102025-07-27
다음20250724 Level 102025-07-24